VIEW
전통 혼례복을 입은 두 사람이 나무 아래에 서 있는 모습

30대 스마트스토어 운영자 성혼 인터뷰: 용인에서 이어 간 일과 사랑

한일결혼
사쿠라미라이 편집

용인에서 스마트스토어로 캐릭터 굿즈를 판매하는 30대 남성. 정해진 퇴근 시간이 없는 생활 속에서 일본인 배우자와 서로의 속도를 맞춰 간 과정을 소개합니다.

결혼을 생각할 때 어떤 관계를 바랐나요?

주문을 확인하고 고객 문의에 답하다 보면 저녁까지 일이 이어지기도 했어요. 자유롭게 일하는 것처럼 보여도 하루를 스스로 꾸려야 하는 책임이 있었습니다.

제 일을 대단하게 봐주는 사람보다 바쁜 날에는 바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요. 시간이 나는 날에는 함께하는 시간에 집중하면서 서로의 일상을 존중하는 관계를 바랐습니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일을 설명할 때 어떤 점을 먼저 전하고 싶었나요?

스마트스토어라는 이름만으로는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기 어려워요. 상품을 판매하는 결과뿐 아니라 주문을 확인하고 문의에 답하는 일이 생활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다룬다고 매일 취미처럼 일하는 것은 아니에요. 제 직업의 이름보다 그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을 알아주는 관계를 바랐습니다.

첫 대화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모든 말이 자연스럽게 통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서로 쓰는 표현도 낯설고 일하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직업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부터 이야기했어요.

상대는 어떤 캐릭터가 잘 팔리는지보다 고객이 물건을 받고 기뻐할 때 저도 즐거운지 궁금해했어요. 상품보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물어봐 준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상대가 상품보다 일하는 마음을 궁금해한 점은 왜 기억에 남나요?

무엇이 잘 팔리는지보다 고객이 기뻐할 때 제가 어떤 마음인지 물어봐 줬어요. 판매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보다 제가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직업을 잘 설명하려고 실적부터 꺼내야 한다는 부담이 줄었어요. 일을 하는 이유나 보람도 한 사람을 알아가는 내용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답장이 늦어지는 날은 어떻게 조율했나요?

주문이 몰리면 답장이 늦기도 했고 상대에게도 자신의 일정이 있었어요. 연락 횟수를 정하기보다 바쁠 때는 상황을 짧게 알리고 여유가 생기면 차분히 이야기했습니다.

서운할 때도 이유를 짐작해서 단정하지 않고 직접 물으려 했어요. 다른 언어를 쓰더라도 불편한 마음을 미루지 않고 나누는 태도는 함께 익혀 갈 수 있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생활에서 둘의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혼자 일정을 정할 수 있다는 것과 언제든 일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은 달라요. 그렇다고 주문이 있다는 이유로 함께하는 시간을 계속 남는 시간으로만 두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일이 없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 제가 어느 정도 집중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 필요해요. 짧게 만나더라도 계속 업무를 확인하는 시간과 상대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구분하고 싶습니다.

연락이 늦을 때 상황을 알리는 것과 변명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바쁜 이유만 길게 말하면 상대가 기다렸다는 사실이 빠질 수 있어요. 제 상황을 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불편한 마음까지 모두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누가 더 이해해야 하는지 따지기보다 지금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마음이 남았는지 나누는 편이 좋았어요. 설명할 일이 생겼을 때 관계의 대화를 업무 보고처럼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결혼 전에 어떤 생활 문제를 함께 이야기했나요?

한국과 일본 중 어디에서 지낼지, 일을 어떻게 이어 갈지, 가족과는 얼마나 자주 만날 수 있을지 이야기했어요. 각자 포기하기 어려운 것과 조정할 수 있는 것을 나눠 생각했습니다.

용인에서 이어 온 일을 쉽게 내려놓고 싶지 않았지만 상대의 삶도 한쪽으로만 옮겨 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누가 더 많이 양보하는지보다 두 사람이 함께 납득하는 선택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배우자가 캐릭터를 잘 몰라도 일을 이해해 줄 수 있나요?

제가 판매하는 캐릭터를 모두 알아야 제 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같은 상품을 좋아하는 것과 주문에 책임을 지며 일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부분입니다.

상대에게 제 분야의 관심사까지 같아지라고 요구하고 싶지는 않아요. 상품 이름이 낯설어도 일이 몰릴 때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들을 수 있고, 저도 상대가 이어 온 생활을 그런 마음으로 알아가고 싶습니다.

결혼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눌수록 함께 살아갈 사람이라는 믿음이 커졌어요. 국적이나 직업만으로 미래를 판단하기보다 서로가 어떤 하루를 살아가는지 들여다봤습니다.

결혼을 선택했다고 두 사람의 차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에요. 바쁜 날에는 각자의 일을 응원하고 함께할 수 있는 날에는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방식을 계속 이어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