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마감과 결산을 챙기는 40대 중소기업 회계 담당자. 익숙한 계획과 다른 생활 방식을 이해하고 두 사람의 선택을 만들어 간 과정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결혼을 생각할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일에서는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중요했지만 결혼은 서류나 숫자로 답을 낼 수 없었어요. 다른 생활을 해 온 사람과 일상을 함께 만들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질문이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도 큰 미래를 약속하기보다 요즘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쉬는 날에는 어떻게 기운을 되찾는지 이야기했어요. 직업보다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궁금했습니다.
숫자를 다루는 일의 방식과 사람을 알아가는 방식은 무엇이 달랐나요?
업무에서는 자료가 맞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관계에서는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했어요.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는 것과 상대가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정리된 답을 빨리 받으려 하기보다 상대에게 중요한 이유를 들어 보고 싶었어요. 회계 업무에 익숙한 제 방식이 모든 생활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계획을 좋아하는 본인과 상대의 차이는 어떻게 조율했나요?
저는 계획을 세워 두면 편했고 상대는 그날 기분에 따라 걷거나 들를 곳을 고르는 시간을 좋아했어요. 누가 맞는지 따지기보다 미리 준비할 부분과 여유를 남길 부분을 이야기했습니다.
시간을 빈칸으로 두는 것이 무책임한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상대도 제 마감 일정을 이해했고, 서로 무리하지 않는 만남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것과 상대의 시간을 정하는 것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미리 준비하면 마음이 편한 것은 제 성향이에요.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상대가 즐기는 여유까지 제가 정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꼭 맞춰야 하는 일정과 선택을 열어 둘 수 있는 시간을 나누어 생각했어요. 계획은 만남을 편하게 돕는 도구여야지 상대를 제 방식에 맞추는 조건이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결혼 전에 비용 이야기를 어떻게 나눴나요?
어느 나라에서 지낼지에 따라 주거와 이동, 양쪽 가족을 만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었어요. 회계 일을 한다는 이유로 모든 비용을 혼자 정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함께 준비할 것과 각자에게 중요한 것을 구분했어요. 얼마인지 정리하는 것뿐 아니라 왜 그 지출이 상대에게 중요한지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비용을 잘 정리하는 것만으로 두 사람이 같은 결정을 할 수 있나요?
합계가 맞아도 그 비용을 두 사람이 똑같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아니에요. 가족을 만나는 이동처럼 누군가에게 의미가 큰 지출은 금액 외의 이유도 들어야 했습니다.
계산을 잘하는 사람이 최종 선택까지 맡는 구조를 원하지 않았어요. 정리된 숫자를 함께 보고 각자의 우선순위를 이야기하는 과정이 더 필요했습니다.
마감이 있는 업무와 함께 쉬는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마감과 결산이 있는 제 일에서는 일정의 무게가 날마다 같지는 않아요. 상대가 제 마감을 이해하는 것과 쉬는 시간까지 업무의 긴장으로 채우는 것은 구분하고 싶습니다.
빈 시간을 모두 계획으로 채우지 않아도 상대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됐어요. 일을 책임지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관계에서는 다른 속도로 쉬어 갈 여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바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는 어떻게 대했나요?
지금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는 무리해서 약속하지 않기로 했어요. 막연히 잘 지내면 된다고 넘기거나 부담을 한 사람의 몫으로 남겨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쪽이 정한 답에 다른 사람이 따르기보다 중요한 선택 앞에서 서로에게 먼저 물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정답을 예측하는 것보다 질문하고 듣는 태도가 필요했습니다.
한국·일본의 차이로 모든 생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나요?
사는 나라가 다르면 준비해야 할 생활도 달라지지만 한 사람의 취향까지 국적만으로 알 수는 없어요. 계획이 편한 사람인지 여유를 즐기는 사람인지는 직접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일본인 배우자에게 필요한 것을 미리 안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을 묻고 싶어요. 나라에 대한 정보와 두 사람이 함께 정해야 할 생활의 기준은 나누어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을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상대도 필요한 순간에는 분명하게 의견을 전했고, 서로 대화하면서 자신의 선택을 다시 살폈어요. 그런 과정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결혼을 결정하는 데 중요했습니다.
바쁜 일상 가운데 상대의 삶을 살피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의 생활을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정하는 대화를 계속 이어 가고 싶습니다.



